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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빵 부스러기

왜 애플은 내 비번은 13일 뒤에 바꾸게 해줄까

by 김찬란_ 2024. 3. 12.

3월 첫번째 월요일까지 야무지게 월차를 쓰고 출근한 화요일.

출근하자마자 지난주 나의 행동을 반성하게 됐다.

나는 왜 노트북 비밀번호를 바꿨을까?

 

솔직히 말하면 바꾼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것은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 인정한다.

바꾸는 순간 생각을 했던거지, 나는 이걸 잊을 것 같다는 걸

그리고 직장인의 덕목 중 하나라 생각하는 '메모'를 잊을 것 또한 나의 큰 실수이긴 하다.

 

하지만 사람이 휴가를 다녀오면 그 정도는 잊을 수 있는것 아닌가?

 

물론, 비밀번호야 잊을 수 있지

하지만 아무리 로그인을 자주 안했다 해도 애플 계정 비번은 적어놨어야 한다고 본다.

 

이제와 내 탓을 하며 후회해봤자 무엇하나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출근한지 30분도 안되서 Mac OS를 사용하는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 1위인 비밀번호 다 틀리기를 실행한 나에게 내려진 1차 처벌은 '한 시간 뒤 다시 시도하기' 였다. 

그때는 오히려 '오 개꿀' 이란 생각이 살짝 들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한 시간.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이지만 그 순간에는 업무 중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작은 틈으로 느꼈다. 그러니까 한 시간 뒤 다시 비밀번호를 틀리며 Active Lock이 걸릴 때 까지만 해도 즐거웠다는 말이다.

 

액티브락이 걸린 상황에서 나는 침착하게 폰으로 액티브락 해제 방법을 검색했고 일련의 과정을 통해 24시간 뒤에 뭔가를 해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24시간 뒤' 라는 말도 안되는 문구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냐면 진짜 24시간 뒤는 말이 안되니까

그러고 나서 다른 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던 와중에 '몇 시간 뒤에 메일로 알려주겠다.' 라는 문구를 또 확인했다.

 

'그래 24시간 보다는 몇 시간 뒤가 말이 되지. 그럼 오전 근무는 어렵겠다'

라며 쉽게 생각한 나는 그래도 '몇 시간'을 기다렸다. 사실 점심을 먹고 오니 오전은 금방 끝났다. 

그렇게 대기한지 3시간이 넘어갔을 때,

그제서야 나는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슬픈 예감을 틀리지 않는지, 액티브락에 대해 다시 검색해보니

'도난 상황을 가정해 계정을 잠그는 것'으로 맥 os는 애플 계정 생성 시 받는 정보가 몇 없어서 계정주가 실제 주인인지 "일차적으로" 확인하는 프로그래밍을 돌리는 데 내가 본 24시간 어쩌구가 걸린다는 말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기가막힐 노릇인데 24시간 뒤 계정 복구 링크를 주기까지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소 하루 길면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는 글을 보았다.

대체 애플자식들은 내가 나 인 것을 얼마나 더 증명해야 속이 후련한 걸까

문제의 맥북이 회사용이라 내 애플계정과는 전혀 연결없는 단독 계정인데

이 경우 맥북 외 동일 계정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없다면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주 치졸한 장사꾼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납븐넘들,,,

덕분에 나는 오들오들 떨려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때가 오후 4시반 쯤, 퇴근 30분 전이였다.

폰 너머 친절한 상담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기다리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다.

(정확히는 액티브락을 해제하는 방법으 두가지. 하나는 24시간 뒤 복구 링크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기다린 후 복구하는 법. 다른 하나는 구매 영수증을 보내서 약 1-2주 뒤에 풀어주는 법)

(고객센터에 전화 걸기 전, 나 혼자 해결해보겠다고 냅다 os를 지워버린 것이 해결 방안을 두 가지로 줄이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친절한 상담을 받은 후 나는 오늘 나의 일진이 사나운 것에 대한 공포로 빠른 귀가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 45분 16초.

로그인 한 iforgot.apple.com 사이트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니 

애플이 내 계정을 복구할 수 있는 (비밀번호 변경 가능) 링크를 정확히 "13일" 뒤에 주겠다는 메일을 확인했다.

 

멍청한 애플놈

 

나는 이제 13일을 기다린 뒤 10시45분에 복구를 진행하려 한다.

그때까지는 내 컴퓨터 들고와서 일해야지ㅠ

부디 무사히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 있기를